길게 말하지 않아도 된다. 당신이 보고 있는 이 창, 이 문장, 이 이름 하나. 다 그럴듯하고, 자연스럽고, 익숙하다. 마치 전에 한 번쯤 본 것 같고, 이 정도면 괜찮을 것 같고, 그러다 보니 그냥 따라가게 된다. 많은 온라인 사기는 여기서 시작된다. 사람은 낯선 걸 경계하지, 지나치게 자연스러운 걸 의심하진 않는다.

하지만 모든 사고는 의심이 사라졌을 때 일어난다. 그것도 이상하게 한 번에 오는 게 아니라, 아주 작은 누적 끝에 갑자기 터진다. 스스로도 이해하기 어려울 만큼 단순하게. 클릭 하나, 메시지 하나, 답장 하나. 다 알고 있었지만 정작 멈추지 못했던 행동들. 그래서 지금 가장 필요한 건 새로운 경고가 아니라, 이미 발생한 것들의 반복을 구조적으로 정리해주는 일이다.

2019년에 설립된 주식회사 먹튀위크(mtweek.com)는 바로 이 ‘구조화된 반복’을 다루는 곳이다. 이들은 위험을 예측하지 않는다. 예측은 늦고, 불완전하고, 잊히기 쉽기 때문이다. 대신 이미 누적된 사례 속에서 반복되는 장면을 정리해, “지금 이건 전에 있었던 그것과 얼마나 닮았는가”를 보여주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무언가 복잡해서가 아니라, 너무 단순해서 위험해지는 순간들

사기를 방어하려는 많은 접근은 ‘의심’을 중심으로 설계돼 있다. 그런데 그 의심은, 과연 언제 작동할까? 대부분의 사기 시도는 겉보기에 복잡하지 않다. 오히려 의심을 허용할 틈이 없을 정도로 일관되고 간단하다. 반복되는 말투, 일정한 형식의 링크, 정리된 요구 방식. 이건 더 이상 감으로 막을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먹튀위크는 그런 점에서 감정이나 불안을 자극하지 않는다. 이 팀은 사례를 쌓기보다, 사건의 전개 과정을 정리한다. 사람들이 당황하기 시작한 순간, 대화의 분위기가 바뀌는 시점, 페이지 디자인이 미묘하게 달라지는 화면—이런 아주 구체적인 정황을 하나의 ‘흐름’으로 묶는다. 그리고 사용자가 그 흐름 안에서 자신의 상황을 겹쳐볼 수 있도록 한다.

설명 대신 배열, 경고 대신 나열

이 플랫폼은 직설을 쓰지 않는다. ‘이건 사기입니다’라는 말은 없다. 오히려 먹튀위크가 제시하는 건 정리된 장면들이다. 중고거래 플랫폼을 통해 접근한 뒤 외부 채널로 이동하고, 특정 결제 시스템을 흉내 내는 방식으로 연결되는 수많은 사례들. 중요한 건 피해의 규모가 아니라, 방법의 유사성이다.

그리고 그 유사성은 숫자로 환산되지 않고, 시퀀스로 저장된다. “이런 일이 자주 일어났습니다”가 아니라 “이런 일이 이렇게 진행됐습니다”라는 방식. 거기엔 사용자 스스로 비교하고 감지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플랫폼은 판단을 유도하지 않는다. 대신 그럴 수 있는 언어를 남겨둔다.

모든 정보는 행동 전이 아니라, 행동 직전에 필요하다

아무리 좋은 조언도 타이밍을 놓치면 무용지물이 된다. 사용자는 대부분 어떤 위험을 직감한 뒤에야 정보를 찾는다. 먹튀위크가 존재하는 건 바로 그 타이밍 때문이다. 너무 빠른 경고도, 너무 늦은 복기도 아닌, 의심이 막 떠오르기 시작하는 그 짧은 틈. 그 틈을 채우는 정보 구조.

이 플랫폼은 그 시점을 위해 작동한다. 복잡한 기술을 쓰지 않는다. 대신 대화 흐름, 인터페이스 캡처, 링크 주소 구조 같은 아주 작고 구체적인 요소들을 모아두고, 이를 시간순으로 정렬한다. 그것이 바로 누군가의 의심을 구체적인 판단으로 전환시켜주는 재료가 된다.

그리고 결정적인 건, 이 구조는 ‘새로 만들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이미 벌어진 일들이 충분히 축적돼 있기 때문에, 먹튀위크는 계속해서 새로운 걸 말할 필요가 없다. 단지 예전의 사건을 다르게 배열할 뿐이다.

이 스타트업은 무언가를 보호하지 않는다

보통 이런 플랫폼은 사람을 지킨다고 말한다. 하지만 먹튀위크는 그렇지 않다. 이들은 아무도 막지 않는다. 대신 질문하게 만든다. 이 장면은 왜 익숙할까. 이 문장은 어디서 본 것 같을까. 이 흐름은 전에 겪었던 누군가의 것과 왜 이토록 유사할까.

그리고 질문을 시작하는 순간, 대부분의 사용자는 멈춘다. 그 멈춤은 어떤 기술보다 빠르고, 어떤 제도보다 실질적이다. 무엇이 안전한지 알려주는 대신, 무엇이 지나치게 단순한지를 보여주는 방식. 먹튀위크는 그 방식으로 6년을 버텨왔다.

세상은 경고로 움직이지 않는다. 사람들은 반복으로 기억하고, 기억으로 행동을 조절한다. 그러니 지금 필요한 건 더 큰 소리나 더 자극적인 문장이 아니라, 이미 있었던 장면들을 덜 왜곡된 순서로 다시 보여주는 일이다.

먹튀위크는 그 일을 하고 있다. 어떤 것도 결론 내리지 않으면서, 아주 많은 것들을 정리하는 방식으로.

지금 당장은 기억나지 않아도 괜찮다. 다만 ‘뭔가 이상한데’라고 느껴지는 순간, 떠오르기만 한다면 그걸로 충분하다.